에무

바보제

딩 드로잉 2012. 5. 24. 00:34

 

 

 

 

 



 

제1회 바보제

2011년12월28일

복합 예술 공간, 에무

 

" 현자들의 험담에 대해서만 한마디 하겠습니다.
그들은 정신적 쾌락을 위해 육체적 쾌락을 멀리하라고 가르치죠. 그렇지만 정신은
육체의 일부입니다. 현자들이 이 관계를 아주 복잡하게 만들어서 마치 육체 없는
정신이라도 있는 듯 가르치지요. 만약 있다면 그건 사람이 아니라 귀신 입니다.
지금 귀신 이야기를 하는건 아니잖아요. 항문이 막혀 대변을 못 보면 불쾌하고 정신이
맑지 못합니다.갈수록 정신이 혼탁해지잖습니까? 이 상태에서 정신의 쾌락이 가능할
리 없지요. 앞서도 얘기 했듯이 ,정신적인 쾌락만 강조하는 건 누구나 누려야 할 물질의
풍요에 똑같이 참여하는 것을 가로막는 속임수인 거예요."

" 쾌락의 여신을 가까이하면 무엇보다도 쾌변을 볼수있어 좋아요.먹은것을 잘 소화하고,
누런 황금똥을 뽑아내면, 일단 걱정이 없는 사람이에요.네로 황제처럼 혼자서 포식하지 않고
서로서로 둘러 앉아 웃고 떠들며 먹는 두레상을 쾌락의 여신이 아주 좋아 한답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걱정을 사서하고 지어서 합니다. 비교하고 미래를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바보는 비교하지 않고 미래를 생각하지 않잖아요? 바보의 세계는 쾌락의 여신이 가장
놀고 싶어하는 천국이지요. 미래에 대한 얘기는 나중에 하겠어요."
옛날 어떤 유명한 작가가 이런 말을 했다지요. "사람은 덜 똑똑 할수록 행복한 법이다."

 

" 그 고뿌로 말할거 같으면, 가만, 아이들은 가라.임산부와 노약자, 아니지, 노약자는 필히 남으시고,
평소에 하체가 후들후들 떨리는 분, 오줌발이 픽픽 새고 찔찔 거리는 분,요거 한모금만 마셔봐, 
소변기 안에서 나프탈렌이 스리쿠션을 쳐, 마누라 태도가 백팔십도로 바뀌어서 말 한마디에도 
쩔쩔매, 싱글벙글 화색이 장난이 아니야, 이튿날 아침 밥상을 보게, 저 양반이 변사또도 아닌데 
금준미주에 옥반가효라, 이건 물 건너온 비아그라 가지고는 전혀 불가능, 오직 비암약 !
이런게 아니라, 심봉사 마누라가 사십 넘도록 아이가 없어서 명산대찰 영신당과 고묘총사 성황당
석불 미륵 서 계신 데 허위허휘 다니면서 가사시주 인등시주 창호시주 제석불공 칠성불공 나한불공
갖가지로 다 드리고, 집에 들어 있는 날은 조왕 성주 지신제를 극진히 공들이니,공든탑이 무너지며
심은 나무 꺽어질까, 그달부터 태기가 있어 앞산이 불러온다는, 정화수 담긴 바로 그 고뿌라. . ."


"사실 말이지 난 아직 겸손한 현자를 본 적이 없어요. 밑구멍으로 새끼를 꼬면 그 새끼가 뭐가 될까요?
똥 묻은 새끼가 멀쩡한 새끼한테 개새끼 같다 하는 꼬락서니랄까? 현자가 밑구멍으로 꼬는 새끼를 
손으로 꼬게 될 날을 대망할 적에, 그(밑)구멍을 보고 쥐구멍에도 볕들날 없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없다고 하는게 아닐까요? 현자들의 겸손은 한마디로 포장지이고 계략이에요.
무엇을 감싼 포장지이고 무엇에 대한 계략 일까요...?"

 

 " 한번 놀았다 하면 3박4일은 전폐하고 놀아야 쬐끔 놀았다 하는가 보다 하고, 뭐가 궁금한게 있으면 고게 꿈에
나타나서 풀어질 때까지 거기에 빠져 있어야 쬐끔 궁금했는가 보다하고 사랑을 했다 하면 견우직녀처럼
허구헌 날 일은 않고 사랑만 해서 옥황상제한테 쫓겨날 판으로 해야 쬐끔 했는가 보다 하는 거지요."

" 혹시, 여러분은 이런 게 다 현명함에서 오는 걸로 착각하고 있지 않나요? 천만의 말씀 입니다. 그러기는 커녕
여러분이 겪고 있는 고통이야말로 모두 지식에서 비롯 됩니다.예를 들어 볼까요? 어떤 작품도 완벽한건 없는데
약점을 독똑히 보고 있으면 음악이든 영화든 제대로 즐길 수 있겠던가요? 그리고,여러분의 지식으로 여러분은
무엇을 합니까? 목구멍에 풀칠하고, 남한테 무시당하지 않고, 경쟁에서 앞서가고, 물건 잘 고르고 잘 사용하고,
자식 교육에 도움을 주고, 그러고 나면 달리 뭐가 있나요? 집단적으로 생태 파괴하고, 대량 살육하고, 억누르고
굴종하고, 빼앗고 빼앗기고, 교육비 때문에등골 빠지고, 이루 헤아릴수없는 악행이 저질러지고 있는데도 지식을
숭상 합니다. 지식이 도대체 뭐기에 이런 불행을 감수하면서까지 학식 높은 사람을 존경 할까요..? "

 

" 여러분은 다른 어느 시대보다도 오늘날 외롭답니다. 너무나 외로워서 다들 정신병원에 가야할 상황이에요.
빛좋은 개살구처럼 겉은 멀쑥해도 아무것과도 사이좋게 지낼 수 없는 여러분의 속은 완전히 병들어 있는 거 예요.
나, 나, 나, 나만 생각하고 나만 좋으면 되는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또 그런 세상에서 유일하게 위안이 되는 건
지식밖에 없어요. 병주고 약주는 건데, 어찌 보면 마약 같은 건데, 보자구요. '나는 꽃이 아름답게 피는 걸 신기해합니다.
그런데 꽃에 관한 지식은 나와 꽃의 관계를 끊어 버려요. 꽃과 나의 진짜 유대를 환상의 소산으로 보고 그것부터
제거하는 일을 하니까요. 그러니까 외롭습니다. 한편, 그 지식 때문에 꽃을 아는 것처럼 생각해서 위안이 되는 거예요.
근데 그 앎이란 너무나 창백해서 개살구보다 못한 거지요. 벌써 아, 하고 느낌이 온사람도 있을 거예요. 사람들은
자신이 지적인 사람으로 의식되고 또 남들 눈에 그렇게 보이는 것을 예컨대 생명의 환희로 가득한 꽃에 다가가는 것보다
더 귀중하게 여겨요. 그러나 이 바보 여신의 눈에는 영양주사로 연명하는 환자로 밖에 안 보인 답니다.생명이 실제로
안겨주는 어마어마한 환희는 무엇보다 바꿀 수 없어요.영양주사 속에 들어있는 여러 성분,즉 영어 단어를 외우느라,
수학 문제를 푸늘라, 자격증을 따느라, 금융제도나 유전자나 그 밖에 인류에게 수많은 재앙을 불러오는 이런저런
공부들을 하느라 잠도 못자고 황금 같은 인생을 허비하고 있습니다.그렇게 해서, 만에 하나 성공했다 칩시다.
그러면 외롭지 않을 것 같나요? 더 단절되고 더 외롭고 그래서 더 영양주사에 의존하게 되는 거예요. 내 말이 틀려요?"

 

 

" 이성과 지식의 금자탑 속에서 살고있는 현자들은 뻔뻔하기 그지 없어요. 검은 것을 희게, 흰것을 검게
만들어 놓고서 그것이 원래부터 그렇다는 걸 증명해 보이려고 합니다. 억지가 증명될 리가 있겠어요?
천부당만부당한 일입니다. 이들의 증명은 모두 순환논리법일 뿐입니다. 돌고 돌아서 다시 원점으로
오는 거지요. '물은 H2O다. H2O가 뭐냐, 물이다.' 이겁니다.
자기들도 억지를 부리는 거라는 사실을 까마득히 모른채,머리만 굴리다 보니 진리가 머리에서 나온다고
자연스레 믿게 되는 거죠. 상아탑에 들어 앉아서 논리 정연한 체계를 세우고 보세요. 억지를 춘향이로
만들어놓으려니 얼마나 어렵겠어요. 그렇게 어렵사리 만들어서 세인들한테 경외심을 품게 하면 이들의
놀이판은 탄탄대로, 만수무강입니다. 야바위판은 여기에 견주면 양반이고 새발의 피죠."

 

" 근데 말이죠, 속임수 자체를 정직으로 바꾸어놓고 판을 벌이는 현자의 놀이판 말입니다. 그러니까 이 놀이판에선 정직하면 속이는게 되잖아요.
시민들은 대부분 야바위 짓을 하지않고 정직하게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법니다. 근데 그 돈벌이 목적이, 여러분이 굳게 믿고 있듯 물질적
욕구를 충족 시키기 위해서나 행복해서가 아니라는 겁니다.오직 돈 버는 것 자체라는 거예요. 정말로 그렇다면, 이게 바로 속이는 게 아니고
뭘까요? 이 진실을 아는 순간 사람들은 " 내가 돈 버는 이유는 따로 있는데 돈 버는 것 자체가 목적이라니! 그렇다면 나 돈 안벌래" 하고
외칠 테지만, 실행에 옮길수가 없어요. 이미 뼈속까지 길들여져 있기 때문이죠. 기대하세요. 이 바보 여신의 말을 따르면 거부할 수 있어요.
연설이 끝날 때까지는 확실하게 그 방법을 알려드릴 겁니다. 현자들의 놀이판에선 사람들이 정직하려고 애쓰므로 야바위판과는 달리 훨씬
잘 속게 마련이죠. 그래서 문제인겁니다. 바보를 내세워 현자 노릇 하려는 현자우신을 보면 확연히 드러납니다. 바보가 상품가치가 있는
게 틀림 없어요. 먼 옛날부터 바보짓 하는 어릿광대는 못사람의 사랑을 받았으니까. 근데 그걸 가만 나두지 않고 현자연하게 포장하는 자들이
있으니, 사람들은 백이면 백이 다 거기에 넘어 갑니다."

 

 " 비유를 하나 들게요. 문둥이를 보세요. 몸이 여기 저기 헐어 없어져 버리니 코 대신 마늘씨를 붙이고 다닙니다.얼마나 비참 한가요. 그런 문둥이
콧구멍에 박힌 마늘씨를 빼먹는 자가 누구냐면 바로 현자우신인데, 어찌나 교묘한지 아무도 그걸 눈치채지 못한단 말입니다. 현자우신이
여러분을 이중으로 능멸한다는 사실을 아나요? 그는 원래 현자예요. 그렇지만, 그는 또 바보가 되라고 해요. 이 완벽한 속임수에 넘어가서
사람들은 자신의 현명하지 못함을 수치스러워하는 반면에 현자우신의 바보를 존경합니다. 이거야 말로 여러분 안에 있는 내 분신을 두 번
죽이는 것이며, 나를 두 번 조롱하는 것입니다. 여러분 중에 현자우신의 이중 플레이에 속지 않은 사람 손들어보세요. 한 명도 없군요.
아, 저기 한 사람 손드는군요. 말해보세요. 어떻게 해서 안 속았나요? 도통 말을 하지 않으니 알 수가 없군요. 좋습니다. 나와 현자우신을
혼동하지 않으려면 여러분의 코를 만져 보세요. 누구를 봤다, 그런데 코를 딱 만져보니 마늘이 그대로 붙어 있다. 하면 바로 나라고 알면 됩니다."

 

" 여러분 현자들이 만들어낸 진보 이야기에 속아 인생을 빛쟁이로 살지 말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의 삶은 한마디로
미래의 희망을 담보 잡혀 빌린 돈으로 사는 인생입니다. 빚쟁이가 얼마나 비참한지 여러분은 잘 알지요?
빚쟁이야말로 현대판 노예 아닌가요? 여러분이 인생을 갖다 바치고 벌려는 돈이 여러분을 빚쟁이로 만듭니다.
종이 쪼가리에 불과한 돈이 왜 그렇게 큰 위력을 발휘할까요? "

" 한마디로, 돈의 신용은 현자에게 속은 여러분의 착각 속에서 나오는 거예요. 이를테면 원숭이 똥구멍은 빨개,
빨가면 사과, 사과는 맛있어, 맛있으면 바나나, 바나나는 길어, 길으면 기차, 기차는 빨라,바르면 비행기, 비행기는
높아, 뭐 이런 식으로 가다가 민주공화국은 국민이 주인이고, 주인의 허락을 받아 국가가 돈에 신용을 부여
했다는 거지요. 언제 주인의 허락을 받았냐고 물어보면, 또 다시 '원숭이 똥구멍은 빨개'로 시작해서 국민이
국회의원을 뽑았고 그들이 국회에서 법률을 제정하고...이렇게 나오는 겁니다.이런 속임수가 통하는 것은
돈의 신학이 약속하는 유토피아 때문 입니다.다시 말해 미래의 희망 때문 입니다."

 


"기존의 가치가 죽어 없어지고

바보가 되어서 기쁨의 열매를 맺으라.

우리 모두 하나가 되어 이 우산 꼭대기에서 다시 만나길

그때 현재의 기쁨에 넘쳐 시간을 잊듯이 내 말도 잊으라."

 

 

저자 김영종     출판사 동아시아

 

작년 연말 에무전시관에서 공연한 바보제라는 연극과 '우국충정의 ART와 AFTER ART(=FTA)라는 사진전이다.

하루이틀 포스팅을 미루다 보니 겨울에 한 공연을 지금까지 올리지 못하고 초여름인 오늘까지 왔다.

3개월 동안 이산 저산 열심히 돌아 다녔지만 포스팅이라는 타이밍을 한번 놓쳤더니

변곡점이나 그 어떤 동기부여가 생기지 않으면 아예 블로그 로그인도 하지 않고 마냥 방치하게 된다.

 

요즘 집에오면 예전처럼 컴에 앉아 새벽까지 밤이슬 맞아가며 여기 저기 기웃대질 않고 바로 잔다.

새 사람이 됐다고나 할까..

 

암튼 각설하고 ,"바보예찬"이라는 책을 원작으로 만든 바보제라는 연극이 있다.

글쓴이가 배우로 변신해 직접 주인공으로 연기하고 출연하는 배우들 모두가 일반 아마추어들이다

각자 하는 일들이 바쁘고 연습할 짬을 내지못해 공연 날짜가 자꾸 미뤄지고 있지만

올 안에 두번째 공연이 있지 않을까 싶다.

전문 배우들이 아니기 때문에 어느정도 감안하고 보다 보면 오히려 감정이입도 잘 되고

헛 똑똑이로 살아온 내 자신을 만나게 되면서 부터 가슴에 올림이 있다.

 

위에 글들은 연극중에 나오는 주옥 같은 대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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