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을 나온 암탉

영화, 마당을 나온 암탉 미술팀 제작기-03 (양계장)

딩 드로잉 2011. 7. 16. 13:40






 

세모 꾹,
(마당을나온암탉 OST 마지막 인사)

양계장

06년 1월과 8월, 두차례 걸쳐 미술팀과 전 스태프들이 충남 천안에 있는 양계농장을 찾았다.
현대식 건물로 지어진 양계장 속의 첫 느낌은 숨 쉬기 거북할 정도로 실내에 온갖 부유물들이 뿌옇게 떠 있었고
눈을 껌벅대며 모이만 정신없이 먹는 케이지 속 알탉들에게 비춰진 오렌지색의 강렬한 천장빛은 쳐다 보기만 해도 속이 울렁 거렸다.

초기 헛간과 양계장 풍경
바람이 심하게 부는 밤, 흔들리는 아카시아 나무가지와 휘날리는 꽃잎들..앞에 보이는 자벌레들이 헛간 쪽으로 쭉 쭉 기어가는 설정.

양계장과 폐계웅덩이
디지털 미술작업의 속성상 그림이 너무 매끄럽게 그려지고 공장에서 방금 찍어낸 인조 플라스틱 풀이나 꽃처럼 보여지는 비쥬얼 느낌이 문제였다.
디지털로 컬러링을 했지만 손으로 그린것처럼 풍부한 맛이 나고 조금 더 따뜻한 느낌으로 다가오게 하는 방법이 없을까...
카메라를 팬 다운하기 위해 양계장, 헛간, 나무와 구릉언덕, 앞에 보이는 나무가지들도 레이아웃 단계부터 여러장의 종이로 나누어 그렸다.
손 그림 처럼 보이지만 카메라 팬과 동시에 움직이는 3D 처럼 보이게 하려고 처음부터 많은 종이에 나눠 그렸다고 보면 맞을듯

컴에서 연필라인을 떼어낸 뒤 그 레이어 밑이나 위에 텍스춰를 사용해 포토샵으로 컬러링을 했다.
연필 레이어 따로, 텍스춰 레이어 따로 떼어낸 뒤 각 각의 OL ML UL 방식으로 수많은 레이어로 만들어 그림을 그리다 보니
한컷 그리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고 1.000 여장이 넘는 많은 컷들을 이런 방식으로 작업하려니 도통 엄두가 나질 않았다.
내부에서 일하는 미술팀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외주로 일하는 팀들을 위해 빠르게 그리거나 쉽게 따라 할수록 있도록 시퀀스마다
새로운 메뉴얼을 만들어 가며 진도를 나갔다. 여러가지 메뉴얼을 만들었지만 작업공정이 너무 까다롭고 복잡해 같이 일을 하겠다고
약속을 했다가 중도에 포기하는 이들도 생겨났다.

데모용 양계장 풍경

여러장의 종이위에 레이아웃을 그리다 보니 전체 느낌을 알수없어 조금 다른 방식으로 그려본 그림인데
한장의 레이아웃에 컬러링을 마치고, 아카시아꽃 몇송이씩 전부 떼어내고 나무가지들.. 앞에있는 둥굴레꽃 까지 수많은 OL ML UL 로
떼어낸뒤 뚫어진 곳을 다시 메꾸는 작업을 하는데 꼬박 일주일이 걸렸다.
처음부터 여러장에 나누어 그리거나 한장의 그림을 다시 떼어내는 작업 역시 걸리는 시간은 매 한가지다.
데모테잎을 만들어 디지털 소극장 기술시사를 두번 했는데 하늘에 남아있는 질감이 의외로 거칠게 보였고
캐릭터들에게 방해가 되는거 같아 본 작업에서는 하늘 부분만 텍스춰를 사용하지 않고 맑고 깨끗하게 그렸다.

비오는 폐계웅덩이 콘셉트 디자인

비오는 폐계 웅덩이

양계장 앞 헛간 내부 설정
명절 날 충청도 외갓집에 나들이 갔다가 폐기된 작은 방앗간이 있길래 마당 자료용으로 사진을 찍어 왔는데
녹이 슨 양철 지붕과 여러가지가 마음에 들어 헛간 설정에 참고.

06년2월 충북 보은 성리 (폐 방앗간)

데모용 헛간 내부 bg key-001

데모용 헛간 내부 bg key-002

(c-0041  컬러링     최성욱)

마당 c-0148  헛간 내부 bg key

양계장 내부

움직일 수 없는 비좁은 케이지, 숨쉬기 조차 거북한 환경 속에서
스트레스를 온몸으로 받아가며 오직 인간들만을 위해 암탉들은 열심히 알을 낳는다.
아마도 내가 잎싹이였더라도 양계장을 탈출해 마당으로, 대 자연 속으로 뛰쳐 나가고 싶었으리라.

영화가 완성되면 농장주인에게 시사회때 초대를 하겠다고 약속을 했지만
세월이 몇년 지나다 보니 연락이 닿지 않아 약속을 지키지 못했고 동화책 한권 보내 드린게 전부이다.
시나리오 상 양계장 풍경이 그다지 아름답게 나오지 않았고 주인이 초록이 날개를 자르려고 한 부분이나 
지저분한 분수 설정등, 농장주인에게 미안하기도 하다. 왜냐면 농장주인은 영화 내용을 전혀 모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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