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19일~20일 무박산행 덕유산 눈꽃종주
영각사들머리=>영각사지킴이=>남덕유정상=>삿갓재=>무룡산=>동엽령=>송계삼거리=>중봉=>향적봉=>곤도라로 하산
10시정각 합정역에서 출발~새벽3시, 영각사들머리 도착.
덕유산휴게소를 지나칠때 위에서 밑으로 내리는 눈이 아니라
좌에서 우로 빠르게 지나가는 눈발이 예사롭지 않게 느껴졌지만
막상 영각사 들머리에 도착하니 바람도 없고 따뜻해서 마음을 푹 놓았습니다.
하지만 남덕유정상 가까이 오르면서부터 매서운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더니 날머리 무주리조트까지
10시간이상을 사납고 거칠게 불어대 손과 뺨이 꽁꽁언채로 산행을하려니 여간 추운것이 아니였고 참으로 고생스러웠습니다.
한결같이 좌에서 우로 불었는데 지금도 왼쪽 뺨이 얼얼한듯 합니다.
^*
무룡산을 넘어 계단에서의 산우님들
누군가는 이렇게도 이야기 합니다.
5산종주보다 거리는 많이짧지만 겨울덕유산종주가 더 힘들수있다고..
보통 덕유산종주 코스는 영각사나 육십령에서 시작해 삿갓재대피소에서 하룻밤을 묵고 다시떠나지만
이번 무박산행에서는 새벽3시부터 영각사에서부터 꾸준하게 걸어 향적봉까지 닿는 산행이였거든요.
(오전03시)
영각사들머리
동해바다 오징어잡이 집어등처럼 등을 밝히며 줄지어 오르는 산우님들..
(03시25분)
영각사 지킴이
눈썰매 갖고 오신분도 계십니다..ㅋ
렌턴불빛 앞으로 빠르게 지나가는 가루눈
두어달전 단풍산행때 덕유산신령께
흰눈 내리는 겨울에 다시 오겠습니다라고 마음속으로 약속했는데
흰눈뿐만이 아니라 시원한 바람까지 마중을 나오셨습니다.
^*^
(04시53분)
된비알 깔닥이가 끝나고 능선 안부가 시작되는곳
이곳부터 철계단 시작
젖은 장갑으로 철계단 난간을 잡으면 지남철에 쇠가 달라붙듯 쩍,쩍, 붙고
계단이 몹시 가파러 숨이 턱에까지 차는 바람에
차거운 공기가 폐속 깊은곳까지 들어가 가슴에 통증이 찾아 오기도 합니다.
겨울산행시에는 얼굴까지 가리는 마스크를 꼭, 착용하고 산에 오르시길요..
뒤따라 오는 산우님들 렌턴불빛
남덕유정상 가까이 오르니 눈이 제법쌓여있고
체인아이젠이 죽~죽~미끄러지며 평소때 두배의 힘이드는게 영 버겁게만 느껴 집니다.
(05시39분)
남덕유정상
1분이상 서있을수없을 정도로 눈보라와 거친바람이 불어
정상석 사진도 못찍고 도망치듯 내려왔습니다
두시간 정도 산행에 카메라가 꽁꽁 얼어붙어(바디에 상고대가 하얗게 낌) 배터리 잔량이 4분의1정도로 줄어 버렸습니다.
카메라를 따뜻하게 감싸주면 배터리잔량이 다시 돌아올수있기에, 자켓품속에 카메라를 넣고 걷기 시작합니다.
카메라 메뉴얼엔 영하 25도까지는 괜찮다고 나와있지만 돼지털의 한계인지 아님 영하15도이하로 내려갔을수도 있고요
암튼 동틀때까지 카메라 전원을 꺼두고 부지런히 걷습니다.
(08시 13분)
삿갓재 대피소
우리팀이 넘어온 길
(09시41분)
삿갓재대피소에서 아침을 든든하게 먹고 장비들을 챙긴뒤 무룡산 방향으로 걷습니다.
잠을 제대로 못자 그런지 힘도 많이 빠지고 능선으로 향하는 마음이 무겁기만 합니다.
아직 반도 못왔는데 말이에요..ㅋ
하얀 설국 속으로 점점 빠져드니
조금씩 힘도나고 기분도 좋아지고 몸도 가벼워지는거 같습니다
오르막에선 힘이 들다가도
어느 순간부터는
몸이 가벼워지며 두둥실 공중에 떠서 가듯
저절로 가는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러너스 하이'라고도 하는데
계속 한계에 도전하며 나아져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때 느끼는 희열 같은거
무룡산 오르기전 나무데크
나무에 생긴 눈꽃은 우측에서 좌측방향인데
바람은 좌에서 우로 매섭게 불고있습니다.
자연이 만들어 놓은 진정한 눈꽃
바람이 어찌나 세게 부는지
한걸음씩 옮길때 마다 몸전체가 비틀거리며 옆으로 이동합니다
아주 춥거나 바람이 몹시 부는날 눈속에서 혼자 길을잃고 헤메다가는
자칫 잘못하면 커다란 낭패를 볼수도 있겠다는 공포감이 밀려오고
아니, 까딱 잘못하다보면 죽을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
(10시45분)
무룡산 정상
WOW~~
멋지다요..
^*^
가끔 이렇게 생긴 루돌프 사슴뿔도 반겨주고요..
보통때 이정도 거리를 걷다보면
벌써 몇번은 자리펴고 쉬었을텐데
바람도 많이불고 날이 추워 앉지도 못하고 선채로 행동식만 간단하게 먹고
꾸준하게 걷습니다
눈이 없고 바람만 불었더라면
썰렁하고 심란했을듯..
(11시59분)
동업령까지 거의 다 왔습니다.
(12시32분)
동엽령
앞이 안보일정도로 안개가 뿌옇게 꼈습니다.
혼자 산행을 했더라면
동업령 아랫길로 내려 갔으리라..ㅎ
맨눈엔 눈발이 총알처럼 지나가던데 사진은 표현을 못하네요..ㅋ
송계삼거리 가기전 병목현상 생기는곳
(오후1시46분)
송계삼거리
향적봉 2.1km남았다고 써있는데
능선거리가 아니라 오르막일텐데라고 혼자서 궁시렁 대며 기운빠진 다리를 내려다보며 오르막을 오릅니다.
앞도 잘 안보이고 허기가 져서 그런지 배가 고프지만 한발 한발 무거운 발, 내 딛습니다
중봉오르기전 마지막 깔닥이 계단 올랐왔을때 갑자기 어지럼증이 찾아와 계단에 털썩 주저앉아
초코릿 하나 우적 우적 씹어먹고 따뜻한 물 한잔에 몸을 데우고 다시출발 합니다.
(오후2시26분)
중봉
중봉에서 향적봉까지
20분이면 간다고 하길래 힘을 바짝내서~ 끙,
향적봉에서 곤도라 타는곳으로 내려 갑니다
10시간이상 아이젠을 차고 눈길을 걷다보면
발바닥을 나무 망치로 수없이 맞은듯 뼈에 통증이 찾아 오기도하지만..
며칠 지나면 아무일도 없는듯 괜찮아 지고요..
(오후3시12분)
덕유산 무주리조트 곤도라 타는곳.
꼬박 12시간만에 무주리조트 날머리에 도착
(사진 다인이님)
아이를 처음낳은 산모들은 출산때 너무 괴롭고 힘이들어 두번다시 아이를 낳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 아이가 재롱을 피우거나 변해가는 모습이 귀엽다보면, 엣날 생각은 까맣게 잊고 다시 또 애를 가지거나 낳고 그러지 않습니까..?
재작년 대간산행때 덕유산산행이 너무 힘들고 버거워서 다시는 종주나 긴산행을 하지 않겠다고 맘을 먹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꾸 맘이 바뀌고 이번에 다시하면 조금 낫지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산행을 시작했지만 역시 겨울 덕유산종주 코스는 그 어떤 산행보다 힘이 많이들고 쉬운산행은 아닌것 같습니다.
긴 시간 산에서 걷다보면 어느순간 자신의 한계가 찾아 옵니다.
너무 힘이 들때는 산행이고 뭐고 다 포기하고도 싶지만 그 한계를 뛰어넘고 걷고있는 자신을 발견하곤
아.. 이런것이 바로 성취감이요 희열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가끔 삶이 지루하거나 밋밋할때
끝도 보이지 않는 머나먼 길을 걷고 또 걸어 보시길요.
무릎도 아프고 전신이 멍석에 둘둘말려 맞은거처럼 여기저기 쑤시고 아프지만
자신감 하나만은 또르르 말려 커지는 눈사람처럼 빵빵하게 커져서 돌아옵니다
덕유산 종주하느라 애썼슈...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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